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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키즈'가 꿈꾼 올림픽, 이젠 '도쿄키즈’

“저를 모르던 사람들도 올림픽을 통해 알 수 있지 않을까요.”

‘바람의 손자’ 이정후(23·키움 히어로즈)는 프로야구 레전드 이종범(51) LG트윈스 코치의 아들로도 유명하지만, 베이징 키즈이기도 하다. 한국 야구가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건 2008 베이징올림픽를 보며 야구선수의 꿈을 키운 이들을 말한다.

김경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16일 2020 도쿄올림픽 최종엔트리를 발표했다. 눈에 띄는 건 젊은 선수들의 대거 발탁이다. 13년 전 열린 베이징올림픽 당시 야구소년들이 많다.

이정후를 비롯, 이정후와 키움 입단동기인 김혜성(22), 고우석(23·LG트윈스) 등이 당시 초등학교 4학년이었다. 이들보다 1년 후배 격인 강백호(22·kt위즈)는 초등학교 3학년이었다. 다승 1위를 달리는 원태인(21·삼성 라이온즈)은 초등학교 2학년이었다.

깜짝 발탁으로 화제가 된 올해 KIA타이거즈에 입단한 신인 좌완투수 이의리(19)는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인 미취학 아동이었다. 현실적으로 야구를 시작하지 않았을 시점이다. 물론 베이징올림픽 금메달로 야구붐이 일어났고, 많은 야구소년들이 탄생한 건 분명한 사실이다. 베이징올림픽을 통해 야구선수의 꿈을 꾼 어린 학생들이 많았다.

이제 베이징 키즈들이 대표팀 주축이 돼 올림픽에 나선다. 야구 종목은 베이징올림픽 이후 정식종목에서 제외됐다. 2012 런던올림픽, 2016 리우올림픽에서는 야구가 없었다. 12년 만에 정식종목에 편입했고, 13년 만에 올림픽에서 야구가 열리게 되는 셈이다.

이정후와 김혜성은 감회가 새로웠다. 둘은 “2008년 초등학교 4학년 야구부 학생으로 전경기를 TV로 지켜봤다”고 입을 모았다.

2017시즌 프로에 데뷔해 신인왕을 수상하고, 2017 APBC,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19 프리미어12에 모두 태극마크를 달았던 이정후도 “이전까지는 부담이 하나도 없었는데, 이번 올림픽 대표팀 명단을 보고 느낌이 달랐다. 또래 친구도 많이 보이고, 선배님들은 빠졌다. 조금씩 내가 중심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정후의 말처럼 베이징 키즈들이 도쿄올림픽의 주축이 돼야 한다. 이정후는 외야 수비와 타선의 핵 역할을 맡아야 한다. 고우석은 김경문호 마무리로 뒷문을 걸어잠가야 한다. 강백호는 새로운 대표팀 4번타자가 유력하다. 원태인은 선발로 활용될 전망이다.

멀티 플레이어로 내야는 물론 외야 수비까지 볼 수 있는 김혜성은 대수비와 대주자로 쓰여질 가능성이 높다. 김혜성은 “야구를 처음 시작했던 2008년 초등학교 4학년 때는 포수였다. 만약 포수를 하라고 하면 자신 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둘 다 2008년의 올림픽의 기억이 좋다. 김혜성은 “마냥 야구를 좋아하던 어린아이였다”며 “이택근 선배님이 슬라이딩 한 거나 이용규 선배님이 마지막에 공을 잡는 거, 김현수 선배님의 센터 앞에 안타 등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림픽을 보면서 야구선수의 꿈을 키우기 시작했던 것이다.

이정후는 “9경기 모두 봤다. 선배님들이 너무 멋있었다. 아직도 뛰는 이용규 선배도 너무 잘 하셨다. 베이징올림픽을 보고 국가대표팀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 당시 우승을 하다 보니 초등학교 야구부에 있는 내가 괜히 기가 살았다. 내가 우승한 것 마냥 친구들에게 자랑도 하고 그랬다”며 웃었다.

특히 이정후는 책임감이 커졌다. 이정후는 “올림픽은 경험을 쌓고 오는 무대가 아니다. 국제대회는 결과를 내고 증명을 해야 하는 자리다. 물론 그 와중에도 얻어갈 건 얻어가고 싶다”고 당당하게 포부를 밝혔다.

무엇보다 자신처럼 올림픽을 통해 많은 야구소년이 생겼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 이정후는 “가서 잘 못하는 것보다는 잘 했을 때를 상상해본다. 우리가 가서 잘하면 야구에 관심 없던 사람들도 국가대표 경기라 관심을 가질 것 같다. 또 저를 모르는 사람들도 올림픽을 통해 알 수 있다. 야구를 하는 어린 친구들에게는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올림픽에서 잘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야구가 옛날에 비해 조금씩 인기가 식는는 얘기를 많이 듣는다. 요즘에는 e스포츠 등 재미있는 게 많다. 코로나19 여파도 있는 것 같다. 야구 인기가 조금씩 줄어드는 것 같은데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야구 인기가 살아나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올림픽에서 잘해야 하는 여러 이유 중 핵심이었다.

올림픽 야구 금메달을 보고 야구의 꿈을 키웠던 야구 소년들이 야구를 위해 뭉쳤다. 베이징 키즈들은 도쿄올림픽을 보고 자랄 ‘도쿄 키즈’들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청년으로 성장한 소년들은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으로 야구 부흥이라는 또 다른 꿈을 함께 하고 있었다.

[고척(서울)=안준철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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